‘고독한 도전자’ 최향남(35·클리블랜드)이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넌 지 두 달이 됐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말도 안 통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국 생활. 다사다난했던 한국에서의 야구 인생처럼 빅리그 도전기 역시 파란만장하다.
생활의 중심은 오직 야구. 차도 없고 전화기도 없다. 숙소는 다운타운의 싸구려 호텔.
트리플 A 버펄로에서 뛰고 있는 최향남은 21일 리치먼드와의 홈경기에서 홀드를 하나 추가해 5경기에서 2홀드 평균 자책 2.08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중년’ 빅리거 지망생 최향남의 좌충우돌 마이너리그 생활을 소개한다.
▽아, 콩글리시여=5경기 중 유일한 실점을 기록했던 14일 노퍽전. 그는 이날 2와 3분의 2이닝에 4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점수를 준 사연이 재미있다.
그는 처음 두 이닝을 무리 없이 막았다. 그런데 전력 피칭을 하다 보니 힘이 떨어졌다. 8회 투수 코치가 올라와서 “더 던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영어를 못하는 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문득 생각난 말이 “No power”였다. 더는 힘이 없다는 뜻.
나중에 알고 보니 코치는 최향남의 말을 “No problem(문제없다)”으로 알아들었다. 이후 최향남은 동료들에게 ‘문제없는 사나이(No problem man)’로 불리고 있다.
▽인생 최고의 김치=미국에 온 뒤 김치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플로리다 캠프부터 두 달 가까이 김치 없이 살았다. 그동안은 주로 햄버거로 식사를 때웠다. 이상하게 느끼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지난 주 홈경기 때 뉴욕에서 응원 온 한 교포 청년이 김치와 햇반을 전해 줬다. 그날 호텔방으로 돌아온 최향남은 혼자서 김치와 김 등 반찬 두 개를 놓고 한국식 식사를 했다. 최향남은 “정말 맛있었다. 내 인생 최고의 식사였다”고 말했다.
▽이놈의 인기는 못 말려=말은 안 통해도 미국 선수들과의 관계는 좋다. 특히 빅리그에서 내려온 선수들은 최향남을 잘 챙겨 준다. 최향남은 “나이는 내가 많지만 벌써 7명의 미국 선수들에게 밥을 얻어먹었다”고 했다.
최향남은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여기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빅리그 승격에 대해선 전혀 조급하지 않다”고 말한다.
땀과 눈물의 마이너리그 생활. 그러나 최향남에겐 하루하루가 즐겁다. 항상 말해 왔듯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다. 이말 참 행복한 말이다.. 야구선수가 35세에 그것도 Major도 아니고 Minor로 말도 안통하는 곳으로 간다는 결정은 참 쉽지 않은 결정인것 같다. 것도 가족도 없이 홀로 이억만리의 땅에.... 사실 Major무대에 서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물론 지금은 하고싶은걸 하고 있는 양반이지만, Minor로 내려갔다고 차라리 편하게 살겠노라라고 한국 돌아온 양반도 있었다..)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도전하는 훌륭한 선수다.. 많은 생각을 주는 선수다.. 나도 어여 최향남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일을 하며 살 수 있음 정말 좋겠다... MBA1년 학교생활의 끝을 바라보며... 2006.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