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성화용기자] 먹자니 먹을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게 닭갈비다. 위의 조조가 촉의 유비와 한중땅을 놓고 다투면서 철수하기도, 지키기도 곤란한 상황을 '계륵'에 빗대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일류기업인 삼성전자에게도 닭갈비 같은 사업이 있는데, 바로 '생활가전'이다. 이미 이 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이 LG전자의 절반으로 쳐졌을 뿐 아니라 적자 사업으로 굳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LG가 연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며 트롬(세탁기), 휘센(에어컨) 돌풍을 일으켜 세계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돼 더욱 곤혹스럽다.
그래서 삼성그룹 내부적으로도 '닭갈비'를 계속 들고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반도체와 LCD, 정보통신 사업만으로도 충분한데 경쟁력이 쳐지고 손이 많이 가면서 돈도 못 버는 생활가전을 끌고 갈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삼성은 생활가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떼어내 팔아버리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그 작업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생활가전이 대중적인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걸린다. 조금만 밀면 1등 자리를 되찾아 올 것 같은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또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언젠가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에 대해 삼성전자 내부에서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홈네트워크는 가정의 호스트컴퓨터를 통해 유무선 통신기기와 디지털 가전제품을 연결해 원격 제어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 10년 후 한국을 먹여살릴 10가지 기술의 하나로 '지능형 홈네트워크'가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홈네트워크에서 무엇이 호스트 역할을 할 것인가. 토론에 참여한 삼성전자 사업부별로, 또는 담당 업무 별로 의견이 갈리는 것은 당연했다. TV라인에서는 디지털, 양방향 TV시대가 열리면서 TV와 PC가 결합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당연히 TV가 호스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요즘 집을 지을 때 네트워크 호스트를 옵션으로 집어넣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호스트컴퓨터는 별도로 분리해야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의견이 분분한 와중에 냉장고 라인에서는 이런 주장이 나왔다. "24시간 365일 전원을 연결해 놓아야 하는 유일한 가전이 뭐냐. 바로 냉장고다. 호스트는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조금은 엉뚱한, 그러나 한편으로는 머리를 끄덕이게 만드는 홈네트워크의 호스트 논란은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어떻게 될지 누가 아느냐는 것이다. 삼성이 칼로 내리치듯 생활가전을 떼어 버리지 못하는 데는 분명히 이러한 요인도 개입해 있다. 반도체와 정보통신사업 만으로 기업의 영속성이 보장될 지 장담하기 어렵다. 아니 당장 몇 년 앞도 자신있는 예측을 내놓지 못한다. 예측 불허의 시장, 기술의 진보, 막연한 미래, 그 '불확실성'이 삼성으로 하여금 칼로 내리치듯 생활가전을 잘라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2등으로, 적자를 내며 생활가전을 끌고 가는 건 영 체면이 안선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올 들어 윤종용 부회장이 진두 지휘해 생활가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신통치 않은 것 같다. 변명 거리는 많지만 이유는 단 하나,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포기한 후 LG전자는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필사적으로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모으고 해외에 판로를 개척했다. 그러나 삼성은 생활가전이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이다. 여러가지 고민은 '머리'에서만 맴돌 뿐, 생활가전은 아직도 닭갈비요, 한 여름의 담요 같은 존재다.
닭갈비에 먹음직 스러운 살을 붙이려면? 역설적이지만 반도체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불안해져야 한다. 그래서 생활가전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위기감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이건희 회장이 지금보다 훨씬 강한 톤으로 생활가전의 '잃어버린 5년'을 되찾아 오라고 호통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s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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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있게 그러나 냉철하게 판단해서 간결하게 정리해버렸네..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는 서술에 나는 살아남기 위해 한게 뭐가 있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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