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 2004

구대성의 My Way

석샘 홈피에서 퍼온글.....자뭇 감동적이다.....
Yes.....My Way!!!!!!!!!!!!!!!!!! T_T

200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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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성의 기질을 잘 보여준 일화가 있다. 대전고 2학년이던 1987년 초 얘기다. 강호 신일고와 연습게임을 했다. 이병기 당시 대전고 감독은 에이스 구대성에게 거는 기대가 대단했다. 신일고가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손꼽히는 팀이지만 구대성의 볼을 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1회초 신일고 공격이 시작됐다. 첫타자 볼넷. 이 감독은 구대성의 몸이 덜 풀렸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타자도 볼넷. 이 감독은 좀더 두고봤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세번째 타자도 볼넷. 이건 뭔가 이상했다. 이 감독은 "타임!"을 외치고 마운드로 걸어올라갔다.

"긴장했나? 왜 그래?"

"감독님, 괜찮습니다. 저를 테스트해보는 겁니다."

궁금해하는 이 감독에게 구대성은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이 에이스라면 전국대회에서 이런 강호들과 만나 많은 위기를 맞을 테고, 그때마다 그 위기를 이겨내야 할 거라고. 그래서 일부러 무사만루의 위기를 만든 다음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가는지 시험해 보는 거라고.

이 감독은 당돌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배짱이 마음에 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다음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지켜봤다. 구대성은 그 무사만루의 위기에서 4, 5, 6번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날 내로라 하는 신일고 타자들이 그의 구위에 혀를 내두르고 돌아섰다. 구대성은 그해 6월 청룡기에서 대전고에 창단 이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안겼다.

그의 승부사 기질과 배짱, 자신감은 야구계에서 첫손에 꼽힌다. 한양대-한화-일본 오릭스를 거치면서 그는 자신의 길에 대한 소신이 유난히 강했다. 그 길을 가는 방법도 개성이 두드러졌다. 주변에서 뭐라든 앞만 보고 가는 스타일이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에 나서기 싫어하고, 말솜씨도 어눌해서 그저 어리숙해 보이기만 한다. 그러나 마운드에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당찬 승부사로 돌변해 상대를 제압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3~4위전은 구대성을 위한 한판이었다. 숙적 일본을 상대로, 한국야구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걸린 운명의 승부에서 그는 자신의 왼쪽 어깨 하나로 한국야구를 빛냈다. 1실점 완투승이었다. 그때 그에게 '야구 9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많은 큰 승부에서 이겼지만 그는 이승엽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임창용처럼 요란하지 않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구대성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서른 다섯(1969년생)이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가 떠오른다.

야구인생의 황혼기(And now the end is near)에 접어든 그에게 메이저리그는 마지막 무대(final curtain)일 것이다. 그는 충만한 삶을 꾸려왔고(I've lived a life that's full), 한국·일본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I've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그것보다 훨씬 의미 있고 굉장한 것은(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가 '구대성식'으로 배짱 좋게 가고 있다는 것(I did it my way)이다.

(중앙일보 200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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